'아, 그 땐 내가 그랬었지.' 하는 것도 어쩌면 그 당시에
내가 '그렇게 행동하기를 바랐던' 마음이 무의식중에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좋은 것은 더 좋게, 나쁜 것은 더 나쁘게.
그냥 조금 짜증나던 사람이 어느새 죽일 놈이 되어있다든가,
세상에서 둘도 없는 맛이라고 느꼈던 식당에 벼르고 별러 두번째 방문을 했지만,
허탈한 실망감을 느꼈던 경험, 누구나 있지 않은가? 사실 그 음식은 그냥
평균보다 조금 더 좋은 수준이었을 것이다.
진실의 기억, 이라는게 존재할 수 있을까 싶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만이 진짜일지 모른다. 내일이 되고, 내년이 되면, 이 글을 쓰는 지금의 감정도
알 수 없는 것이 되고, 어쩌면 내용조차 다른 무언가로 변할지도.
난 정확히 5년 전의 일주일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 적어도 나는,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끔, 일주일의 처음 이틀이 그렇게 즐겁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나머지 5일이 그렇게 힘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스쳐지나간다. 그럴 때면
언제나 심연으로 가라앉고 싶은 마음이 된다.
불확실한 기억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인간은,
역시나 슬픈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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